세월은 왜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도연명이 달보고 한 말이고, 이태백도 달보고 말했으며, 명비(明妃,왕소군)나 향비(香妃,이르파한)의 달을 향한 속삭임이었다.

세월은 그「쏜살같음」과 그「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것」때문에 세상에 비애를 몰고 다니고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비감을 자리 잡게 한다.

세월은 우리에게 불구대천의 원수도 잊게 하고 백골난망의 은혜도 잊게 하며, 장부의 뜻을 약하게 하고 미인의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미인(美人)도 진토(塵土)로 돌아가게 할뿐만 아니라 장사(壯士)의 힘도 빼앗아간다.

세월은 10년 이면 강 물줄기도 바꾸게 하고, 1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아이들이 누구냐? 고 묻게 한다. 원천석으로 하여금「만월대도 추초(秋草)로다.」하게 하고 길재로 하여금은「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하게 한다.

세월은 어느 날「살아서는 서로 사랑하고. 죽어서는 같이 묻히며」「슬프고도 슬픈 것은 살아 이별하는 것이고, 기쁘고도 기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선연(鮮然)하여 가슴에 닿게 한다.

아! 세월은 박정(薄情)을 키워 한무제에게 진아교가「장문부(長門賦)」를, 한성제에게 반쳡녀가「가을날의 부채」를, 사마상여에게 탁문군이「백두음(白頭吟)」을 짓게 한다. 난설헌은「곡자(哭子)」를, 옥봉은「몽혼(夢魂)」을 짓는데 뒷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세월은「길이란 원래 없으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 길이 되고. 그 길도 인적이 끊기면 잡초가 무성할 뿐이고」「마지막 한 문제를 풀지 않아 1등을 못했지만 그것이 숱한 비바람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임도 가르쳐 주었다.

세월은 부박(浮薄)한 세상에서는 갈매기나 백로를 벗하며 사는「구로지맹(鷗鷺之盟)」의 귀함을 알게 하고,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깨어나니 도로 장자였다는 이야기가 나를 두고 한 말임도 이윽고 알게 한다.

세월은「우리는 대낮에 별을 보기 위하여 우물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하듯, 불행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는 하벨의 말과「희망이 덧없는 것처럼 절망도 덧없다.」는 페퇴피 샨도르의 말을 오늘따라 더욱 사무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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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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