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처럼, 권력은 만세(萬歲)에 이를 것처럼, 부귀는 10대(代) 가는 것처럼, 사랑은 영원한 것처럼, 우정은 철석(鐵石)같을 것처럼, 계명(誡命)은 한 자(字)도 훼손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본질이 못되는 현상은 언제나 간당간당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백척간두(百尺竿頭)라고 보아야 한다. 인생도 간당간당, 사랑도 간당간당, 권력도 간당간당, 부귀도 간당간당, 우정도 간당간당, 이념도 간당간당,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간당간당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을 비롯하여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그것이 물질적이든 추상적이든 주인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주인은 잊어버려 늦는 수는 있어도 회수를 하지 않는 법은 절대로 없다. 생명도 거둬들이고. 사랑도 돌려 달라 하며, 권력도 찾아가고. 돈도 찾아간다.

그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새는 물이었고, 뿌리 내리지 못한 풀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에 인생을 걸고 일생을 건다. 인생에 과연 간당간당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세상에 과연 간당간당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럼 권력은 어떤가? 훈족의 왕 아틸라는 신혼 첫날밤에 불귀의 객이 되고. 티무르제국의 티무르도 명나라를 치려다 급서한다. 송태조 조광윤은 부하장수들이 황포를 덮어줌으로써 황제가 되지만 황포는 다른 사람도 덮을 수 있다. 고려 공양왕은 추첨으로 왕이 되지만 행운은 때론 비운(悲運)이 되기도 한다.

내게 안긴 이 여인은 어떤가? 원소의 둘째아들 원희의 처 견씨는 관도대전에서 패하자 조조의 아들 조비의 부인이 되고, 채옹의 딸 채문희 같은 뛰어난 시인도 세 지아비를 만난다. 남당(南唐)의 후주(後主) 이욱으로부터 사랑받은 소주후는 송태종 조광의로부터는 순결을 지킬 수가 없었다.

러시아 여인 갈라 엘뤼아르 달리는 첫 남편이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였고 두 번째 남편은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였다. 케네디 대통령을 떠나서는 못살 것 같은 재클린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의 부인이 된다.

그렇다고 뛰어남은 안전한가? 제갈공명은 오장원에서 하늘에 목숨을 늘려달라고 제단을 쌓지만 분별없는 병사에 의해 향불이 꺼진다. 당나라 때 천재시인 이하는 27살에 선계(仙界) 백옥루(白玉樓)의 상량문을 쓰기 위해 떠나고. 허난설헌도 스물일곱에 축하시를 짓기 위해 떠난다.

백낙천은 그의 시에서 우리 모두를「하늘가(天涯)를 떠도는 윤락인(淪落人)」이라고 했는데 간당간당한 인생의 기막힌 표현이다. 사람들은 유곽의 여인만 윤락녀라 하나 결국은 우리 모두도 윤락인인 것이다. 8할을 바람이 키운 것은 역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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