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3년도 12월을 지나고 있습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사람들은 이맘때면 일 년 내내 소홀했거나 묻어버린「그리움」이나「아쉬움」이라는 감정을 다시 끄집어냅니다. 12월은「관이 향기로운 사슴이 높은 족속」인 것처럼 정녕 사람을 고양시키고 고무시킵니다. 12월은 또 나 같은 사람에게는「인생의 세밑」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러분은 낭만파 시인 쉘리가 아니어도「인생 마지막 고갯길」에서는 비탄(悲嘆)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인생도 간당간당」「사랑도 간당간당」「부귀도 간당간당」한 것이 세상살이입니다. 12월은 언제나 사람으로 하여금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사이렌」이나「로렐라이」의 노래를 들으면 돌아봐야 하는 것처럼.

언제나「마지막」이나「끝」, 또는「절정」이나「꼭대기」라는 말을 들으면 나의 마음에는 구름이 일고, 바람이 불며. 비가 흩뿌려집니다. 어제는 연무 자욱한 청계산을 오르며「12월의 시름」에 잠겼습니다.

세월 탓인가? 시절 탓인가? 생각 탓인가? 요즘 들어 찬송가「나 맡은 본분은」을 부르는 때가 많아집니다.

나 맡은 본분은/

주님을 섬기고/

뭇 영혼 구원받도록/

늘 인도함이라.

이 노래는 내가 젊었을 적 나를 붙들어주고 나를 인도하는 노래였습니다. 그때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지금도 이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흐릅니다. 그때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용기로 충만했는데 지금은 이 노래를 부르면 적이 걱정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소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일지 모르지만-그리 멀지않은 것은 확실한데-이다음에 하늘나라에 올라가서 무슨 얼굴로「나의 주님」을 뵈올 것인가 하는 겁니다. 아! 이것은 스스로「게으른 종」이라는 자책이기도 합니다.

「나 맡은 본분은」이 나의 가슴 왼쪽을 격동시켰다면 나의 가슴 오른쪽을 흔들어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1300여 년 전, 신라 사람이 지었다는 향가「원왕생가」입니다.

달아, 이제 서방까지 가려는가요?/

무량수전에 뉘우침 오램을 함씬 사뢰소서./

다짐 깊으신 존전을 우러러 두 손을 모두어/

원왕생, 원왕생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아뢰소서./

이 몸을 버려두고 48대원 이루실까?

어쩜, 그 신라 사람과 나는 생각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요. 아,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것은-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서방정토를 뒤로 하고 동쪽을 바라보는 아미타불에게 비는-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난 후에 정토에서 만나자는 희원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게 이전에 알았던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힐끗 보고 지나쳤기 때문일 것이고. 건성으로 알았기 때문일 것이고. 이제 뼛속깊이 나의 날이 다 가고 나의 때가 다했음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록「나 맡은 본분은」이나「원왕생가」가 짧지만 그 어떤 문장이나 노래보다 나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나의 지향과 나의 역정(歷程)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나의 앞길을 제시해 준다고 믿기 때문일 겁니다.

비록 나의 날은 가고. 우리의 시대는 끝날지라도 또 누군가 있어「나 맡은 본분은」이나「원왕생가」를 부를 것이고. 그 노래가 불러지는 곳에서는 5월에는 모란이 활짝 필 것이고 7월에는 종달새가 높이 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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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위원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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