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은 보면 볼수록 참 아름다운 성이다. 달에서도 보인다는(실은 보이지 않음)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은 웅장하기는 하지만 수원화성보다는 아름답지 않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이 성을 쌓을 때 신하들로부터「성은 견고하면 됐지 아름다울 필요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정조는「아름다움도 능히 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중국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는 군주중의 군주라 일컫는다. 그는 중국인들의 걱정거리인 몽고족들이 투항하고 복속해 오자 이런 말을 한다.「옛날 진나라는 돌과 흙으로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러나 나는 저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 그보다 더 굳건한 성을 쌓을 수 있었다.」라고.

우리는 이들의 말에서 정조와 강희제기 왜 명군(名君)이며, 오늘날까지 왜 살아있는 역사인지를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으며, 한 나라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4-5만 달러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국민소득이 4-5만 달러가 된다고 해서 곧 선진국은 아니다. 선진국은 국민소득이 4-5만 달러는 물론이고 지적·문화적 성숙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즉 4-5만 달러를 달성한다고 해도 우리의「마인드」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인 것이다.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 새로워지지 않으면 심층에 닿지 못하고 표면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고. 본질을 보지 못하고 현상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근간은 놓친 채 지엽만 볼 수밖에 없다. 윤일병 사건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세월호 참사같은 비극은 언제나 잉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심기일전만 할 것이 아니라「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선진국은커녕 오히려 지금보다 더 퇴보하고 어쩌면 영원히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마인드」는 우리가 종래 육안(肉眼)으로만 세상을 보았다면 이제는 심안(心眼)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 심안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면서도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잉어가 용이 되기 위한 관문이며, 하늘로 오를 수 있는 사다리인 것이다.

우리가 새 마인드나 심안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도 극복하고 치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가 계속 여태까지처럼 즉물적이고 단세포적이면 남과 북의 대립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분열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서 모든 것이 고착화·퇴행화한다고 볼 것이다. 국력은 계속 소모되고 낭비될 것이며 국민들은 점점 피폐될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 못하고. 심안이 열리지 않으면 지금처럼 사람은 사람이되 영혼이 없는 사람으로 지낼 것이며, 경제적 동물로써「우아한 돼지」로 살게 될 것이며, 진짜 타율적으로 또 정체(停滯)하며 식민지 백성 아닌 식민지백성으로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기비하나 자기경멸의 삶인 것이다.

변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을 잊어버리고 결별함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통념(通念)의 거부나 통념의 불식을 내용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눈뜸」이라 할 수 있고.「생각의 발효」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대결. 증오. 편가름을 우리의 DNA로 할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기로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비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명적 비판의 입장에 서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 수준에 만족한다면 몰라도 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더 높은 문화를 향유하려면 지금의 의식이나 정신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것으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인 것이다.

우리가 정조나 강희제처럼「마음속의 성(城)」을 보지 못하고「눈으로 보는 성(城)」만 계속 높이 쌓으려하거나 굳건하게 하려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할 수가 있다.

나라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여당도 아니고, 나라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야당도 아닌 바로 이 몇 십년동안이나 고쳐지지 않은 전근대적의식인 것이다.

이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해당되지만 특히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에게 더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조나 강희제 같은 인물은 백 년에 한 번 나오기 어렵고, 「깨어있는「국민」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를 못했는데, 그것을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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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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