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불행한 인생」이 있는 것처럼 나라에도「불행한 나라」가 있다.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눈앞만 보고 하늘 밖의 하늘을 보지 못하는 인생이 불행한 인생이라면, 옳은 말, 바른 말 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가 불행한 나라인 것이다.

나라는 주권을 잃어버려도 다시 주권을 찾을 수 있고. 비록 가난하지만 부유할 수 있고. 한 번 전쟁에 패하면 한 번 이길 수 있지만. 나라에 의로운 사람이 없으면 그 나라는 나라이되 나라가 아니고. 나라라고 한다면 영혼이 없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은나라는 망했지만 행복한 나라이다. 충신 비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명나라는 행복하다. 숭정제 주유검을 비롯해서 많은 대신들이 목숨을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백제도 행복하다. 충신 성충. 계백. 흥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는 백제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마의태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백성들에게는 상성(常性)이 없다. 그들은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면 물결치는 대로 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나라일의 책임을 물을 수 없거니와 잘못해도 개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오직 기대하는 것은 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인데, 그들에게 우리는 바위 같고 산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명색이 나라라면 중국 오나라의 부차를 간한 오자서나 초나라 왕을 간한 굴뤈, 명나라 때의 해서 같은 정직하고 강직한 사람이 있어야 하고. 우리나라 조선에서 중종반정 때 오로지 연산군을 위해 홀로 통곡한 홍언충이나 광해군 때 인목대비가 성궁에 유폐되자 홀로 서궁 앞에 자리를 깔고 대비를 받들은 송시열의 아버지 송갑조나 외척 유씨를 풍자하다가 죽은 권필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오늘날의 청와대.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윈. 대법관. 헌법재판관들이 권력에 영합하여 곡학아세하고. 자신의 영달이나 꾀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이다. 나라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 크고 작은 권력을 누렸거나 누리는 사람들은 잠잠하거나 가만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왕이나 대통령은 성군(聖君)일 수도 있고 암군(暗君)일 수도 있고. 뛰어날 수도 있고 용렬할 수 있고. 나라를 근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라의 동량들은 반드시 뛰어나야 하고. 반드시 나라를 근심해야 하고. 언제나 불꽃같은 눈동자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대중은 모조리 썩고 취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은 예언을 해야 하고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이 대중과 더불어 이익을 다투고 스스로 오리나 닭의 무리를 자처하고 벼슬이 관 뚜껑을 덮는 명정(銘旌)용으로 쓰이는 나라가 불행한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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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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