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350만 년 전 최초의 인류「루시」가 아프리카 동부에 출현한 이래 인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느 때는 존망의 기로에 서기도 했고, 더러는 영광의 날들을 맞기도 했지만 이제 인류는 꼭대기에서 내려와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개인에게도 황금기가 지나면 남는 것은 추억과 회한뿐인 것처럼 황금기가 지난 인류도 추억을 곱씹고 회한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낭만주의 시인 P.B.셸 리가 그의 시「비탄」에서「인생길 마지막 고갯길에 기어올라 옛 섰던 자리 뒤돌아보고 소스라친다. 그대 청춘의 영광. 언제 다시 오려나. 다시는, 다시는 아니 오리!」에서 인생길을 인류로 바꿔놓아도 그 뜻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거니와 인생의 영광뿐 아니라「인류의 영광」도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이다.

인류는 요 몇 백년간 초절정기를 맞았었다. 르네상스이후 500년간은 그야말로 인류에게는 황금기였다. 동진의 시인 사영운은「천하의 재능이 1석(石) 인데, 8두(斗)는 조식이 차지하고. 자신이 1두를 차지하며, 나머지 1두를 천하에서 나누어 가졌다.」고 말하였는데, 인류의 역사에서 이 500년은 찰라이지만 8두라 할 것이고. 지금이 1두이고 앞으로 겨우 1두를 가지고 인류는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류의 조락(凋落)을 슬퍼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인간은 이제 본질로부터 점점 떨어지고. 원류로부터 훨씬 멀어지게 되었다. 지금 것이 이전 것을 능가하지 못하고. 지금 것이 옛 것만 못할 때, 우리는「인류의 정점」이나「인간의 절정」이 지났음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위대한 시가 더 이상 씌어 지지 않고. 위대한 그림이 더 이상 그려지지 않으며. 위대한 음악이 더 이상 작곡되지 않고. 위대한 글이 더 이상 지어지지 않을 때, 이미 인류의 호시절은 지난 것이다.

위대한 영혼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고. 위대한 사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인류의 전성기가 지났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큰 뜻과 높은 뜻과 갸륵한 뜻이 천대받고. 오리와 닭으로 살겠다는 사람이 넘쳐나고. 희망마저 사라져 별빛마저 예전보다 못할 때에도 인류 영광의 날은 지나갔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인류는 기세등등했지만 이제부터는 강물이 역류하듯 인류도 역류의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인류가 정점을 지났다는 것은 해가 중천(中天)을 지나났다는 것이고. 달이 기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조식이 그의 글 낙신부에서 말하듯「높은 나무 바람을 많이 탄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학자는「역사의 종말」을 체제의 몰락에서 찾지만 진정한 역사의 몰락은 인류의 정신 몰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짓는다는 논리에 따르면 인류는 아직 정점을 기다려야 하지만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이미 인류의 정점은 지난 것이 된다. 그나마 인류의 위안이라면「불운한 귀향이 화려한 여행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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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춘  kimmae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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