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김기현 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접견하였다. 사진@국민의힘

“혹시나 했는데, 역시, 역시나 다.” “생선회를 뜨라고 했더니, 나무를 패는 도끼를 갖고 와 휘두르는 모양새다.”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받은 뜨거운 호남 피가 흐르는가 보다.
 
[ 안호원 칼럼위원 교수 겸 박사] 요즘 우리사회는 너무 빗나가고 있는 게 많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종의 인재지변(人災之變)이 아닐 수 없다. 위기의 시대에 천재지변에 필적할 인재지변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그 원인을 생각해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우선 국민의힘을 보자. 인선을 완료한 뒤 가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2명의 혁신위원과 함께 광주를 찾아 광주묘역에 참배했다. 뒤이어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만나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5.18 법 개정도 언급했다.
 
혁신위 첫 대외일정으로 5.18 민주묘역을 택한 건 호남을 끌어안고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국민통합’ 메시지를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인위원장은 5.18 사태에만 사과하지 말고 억울하게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
 
하루 전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했다. 뒤늦게 상경하면서 국립 서울 현충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혁신 위는 제1호 안건으로 홍준표. 이준석. 김재원의 당내 대사면을 결의한 바 있다.
 
변화. 통합. 희생 그리고 놀라운 미래를 내걸고 출범한 혁신위의 첫 일정이 광주 묘역 참배라니?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 현충원을 먼저 방문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순서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오신환 전 의원이 제안했고, 다수 혁신 위원이 동의한 대사면. 즉각 당사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모양새가 우습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인요한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는지 조차 안타깝다.
 
국민의힘 혁신위 전망 밝지 않아
 
따라서 이제 출발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전망 역시 밝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전남 순천 출신 인요한은 혁신위원장이 되자마자 순천 당협위원장 ‘천하람’ 에게 혁신위를 제안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
 
이 단편적 에피소드만으로도 인요한 스스로가 ‘편협한 전라도 지역주의’의 소유자이자 ‘나이브(Naive)생각’과 ‘현실 정치의 감이 전혀 없는 무뢰한’임을 여실히 증명한 꼴이 되어버렸다. '사면'으로 '수혜'를 입을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감사는커녕, 오히려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당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자신들이 중징계를 받은 건 잘못해서가 아니라 권력 암투에 밀린 치욕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렇다 사면이란 건 죄지은 자를 용서해 주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사면대상자가 아니다. 혁신위가 월권을 하는 것이다.
 
징계를 취소해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를 왜 사면이라는 용어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요 인사의 징계를 취소해 당내 통합을 이루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이 결정은 결국 당 내홍을 심화하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위원회 위원 선정도 위원 3명 정도를 빼고 거의 정치에 무경험자인 청년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과반의 여성, MZ세대 6명이라는 모양새를 갖춰서 혁신위를 구성했지만, 난제의 해법을 내놓을 만한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반(反)국가 운동권 출신들도 영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스스로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있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건 삼민투 위원장으로 1985년 미국문화원에 불을 지른 ‘용공 사범 출신 함운경을 비롯해, 이적 단체 ‘조국통일 범민족 연합’ 남측 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민경우’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공산당에서나 발탁될 만한 인물들을 발탁했다.
 
이런 불화음속에서 인 위원장 임명 배경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혁신위가 개혁 군이 아닌 결국 또 다른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조직이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인 위원장이 주장한 영남 중진 수도권 출마론에 대해서도 영남권 인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일부 영남권 의원은 인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기현 당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맡기겠다고 했다.
 
따라서 혁신위가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도 쓴 소리를 하겠다고 했다.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권을 위임 받은 인 위원장이 강서구 청장 선거 책임을 물어 김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면 김 대표가 “알겠습니다.”하고 당 대표직을 내놓을까.
 
또 당신은 영남권에서 수도권으로 바꿔 출마하라고 하면 그것도 “알았습니다.”라고 할까. 곧 있을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윤 대통령은 개입하지 말고 손을 떼라면 대통령 역시 두 눈만 껌벅이며 먼 산 만 바라보고 있을까. 반국가 운동권 출신과 호남 인사를 영입하고, 젊은 사람들을 영입만 하면 시쳇말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올라가겠는가.
 
이번 형태는 ‘늑대와 싸우겠다고 이리를 불러들이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형상이다. 과연 그들만 영입하면 언제나 좌파정당의 세력들이 쉽게 보수진영으로 눈을 돌릴 거라고 생각하나?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스스로가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좌파정당이 되고자 하는지 묻고 싶다. ‘정당 정치’란 세가 적고 많음이 아닌 ‘확고한 신념과 비전과 가치관’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심한 여당 정치인들은 지금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불철주야 노력했던 보수 우파를 헌신짝처럼 버리려고 하고 있다.
 
5.18헌법 개정이 아니라 위헌소지가 다분한 사전투표제, 전 세계적으로 밝혀진 전자투표의 낮은 신뢰성, 부정비리가 만연한 선관위 등에 대한 확고한 대책도 없이 그야말로 엉뚱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명 첫 단추 잘못 꿴 것
 
물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895년부터 지금까지 교육, 의료, 선교, 항일, 민주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다방면에 걸쳐 엄청난 헌신과 기여를 한 가문의 구성원은 맞다.
 
여권의 한 인사가 “지난 대선 이후 우리가 누군가를 세웠는데 민주당이 비난을 안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 인지도는 정치의 필요조건에 속하는 것일 뿐이다.
 
인 위원장은 정치를 해본 적도 없고, 아무런 정치판에 있어 본적도 없다. 또 아무런 정치적 기반과 의사이외의 다른 경험도 없이 오직 ‘귀화한 호남 출신 의사’라는 타이틀 만 갖고서는 ‘정치판에 고인 썩은 물’을 일순간에 뒤엎을 수는 없다. 내부에서 인적자원이 고갈되다보니 ‘특별귀화 1호인 푸른 눈의 한국인. 호남출신인 인 위원장을 추대한 것 같은데, 애초부터 잘못된 인사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악성 운동권 출신 용공분자 등 좌파진영조차 용도 폐기된 그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 또한 참으로 위험스럽다. 그들을 영입하면 정당이 일 순간 혁신되고 보수 정치의 기치가 바로 세워지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불가능하다. 승리는 요원하다. 자칫 박근혜 대통령처럼 좌파들로부터 윤석열 대통령도 억울한 탄핵을 당할 수도 있다. 국가차원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많은 보수 우파 국민의 분노는 어찌 받아 드릴 것인가.
 
다수가 지금 혁신위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감을 갖고 있다. 혁신의 중대과제는 ‘중도, 청년, 수도권, 충청, 전라도’를 아우를 환골탈태 혁신안 마련이다.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 대의를 위해서는 자신까지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