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운 사람을 찾아야
 
[안호원 칼럼위원,교수겸박사]기원전 4세기 그리스에는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는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시내거리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사람은 있지만,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마침 그리스를 정복한 알렉산더가 부하를 시켜 그를 왕궁으로 초대했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초대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대왕이 여기에 올 수 없듯 나 역시 왕궁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재차 묻자 “대왕은 권력을 쥐고 있으므로 아쉬운 것이 없겠지만, 나 역시 자족(自足)하고 있으므로 피차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고 한다. 표를 찾아 헤매는 정치인은 이런 말을 감히 할 수 없지만, 철학자로서는 합당한 말을 한 것이다.
 
그의 명언은 2300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의 신금을 울리고 있다. 만약이지만 디오게네스가 한국의 서울에 모습을 나타낸다면 또 다시 등불을 들고 광화문이나 종로거리를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검찰독재를 말할 수 없는 자들
 
요즘 대장동과 이재명문제로 오랜 시간을 시달리게 하고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는 한국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그 같은 생각이 든다.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수건의 사건들이 하나 같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관이 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시시각각 조여드는 수사에도 ‘난 모르쇠’로 교묘하게 피해가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된 주장들이 부메랑이 되어 그를 타격하고 있다.
 
법치파괴, 민주주의 파괴, 헌정 질서 파괴, 정치 보복, 야당 탄압, 가능한 정치용어를 총 동원 했지만 과녁을 제대로 맞춘 것은 없었다. 검찰 수사권 박탈, 검찰 조롱, 집회시위, 소환 불응, 다양한 수사 협조 거부 등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한 게 누구인가 묻고 싶다.
 
그는 검찰독재란 말도 서슴없이 했다. 절대 과반수로 입법권을 맘대로 휘두르며, 검찰을 최고로 약화시켜 논 장본인이 검찰 출두를 전후하여 지방과 서울에서 검찰청을 호되게 비난하는 ‘설(舌)탄’을 실컷 퍼붓고도 검찰독재란 표현을 쓸 수가 있었는지, 너무 뻔뻔하다.
 
이거야 말로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 독재가 아닌가. 심지어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을 향해 깡패운운 하기 까지 했고, 또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은 담당 검사들을 탄핵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 파란만장한 대장동터널도 그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이것도 이재명이 예언했던 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즉 사필귀정이라면서 안개가 걷히면 실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또 스스로가 50년 넘게 감옥에 있어야 한다고 법정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김건희 특검법 정공법으로 치고 나가자
 
이런 뻔뻔함을 보이며 안하무인인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 김건희 여사의 조사를 위한 특검법을 의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 특검법’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국민에게 직접 설득하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을 약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특검 도입을 찬성하는 다수 민심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대통령 실’에서는 특검법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한 마디 지적하자면 김건희 여사 특검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대통령실과 여당 방침은 하책(下策)에 불가하다.
 
누가 봐도 특검은 민주당의 총선용 계략이 분명하지만, 아무 대안 없이 무조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또한 민주당이 판 함정에 말려들 수가 있다. 이는 김 여사 특검에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특검을 안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선거 내내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고 여당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묘안이 있다. 이 딜레마를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 ‘총선 후 특검’이다. 야당이 강행한 특검법을 거부하되, 내년 봄 선거 이후 여야 합의로 특검을 출범시키겠다는 약속을 달아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고 국민 여론도 설득할 수 있다. 앞서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그렇게 탈탈 털었어도 기소조차 못한 사건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여당은 ‘총선 후 특검’을 김건희. 김정숙. 김혜경 까지 3人특검 받자고 ‘역(逆)제안을 하면 된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尹대통령과 결혼하기 前 개인일이지만, 김정숙. 김혜경은 국민세금. 경기도 법카 사용이니 당연히 특검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예산을 ‘사적’ 용도에 썼다면 횡령에 해당될 중범죄다.
 
실력 없는 사람이 재능 있는 체하며 높은 자리를 차지
 
그러나 지금껏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덮어져 왔다. 지난해 전국의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1위는 ‘이로움을 보자 이로움을 잊는다.’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그에 못지않게 시선을 끈 것은 3위 ‘남우충수(濫竽充數)’다.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약사들 틈에 끼여 있다는 뜻으로 실력 없는 사람이 재능 있는 체하며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세태를 풍자적으로 비유한 말이다.
 
이런 자들이 완장을 차거나 금배지를 달면 사사로운 이로움에 눈이 멀 수밖에 없다는 게 동서고금의 이치다. 이런 자들을 골라내는 것, 이런 자들은 더 이상 국회에 보내서는 안 된다. 이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명심해야할 기본명제다.
 
더 나아가 후보들의 성향과 발언, 과거 행적, 범법자, 등을 바탕으로 후보가 과연 ‘민주주의적’인가, ‘민주의 적(敵)’인가. ‘의회주의적’인가 ‘의회주의의 적(敵)’인가. 유권자들과도 ‘소통, 친화적’인가, ‘소통의 적’인가를 꼼꼼히 따져 봐야할 때다. 이번에도 ‘선동’에 휘말려 엉뚱한 사람 뽑아놓고 4년간 실망하는 악순환을 또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 놓을리 없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만난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50분가량 비공개로 전격 회동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예상했던 대로 극명한 입장차만 재확인했을 뿐, ‘빈손 회동’에 그쳤다.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당대표 사퇴 및 비대 위 전환’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이재명 대표에게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이제까지 당 대표로서 수사를 받으면서 특권(?)을 누렸는데, 당직을 내려놓은 후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 대표가 호락호락하게 당 대표직을 내놓겠는가.
 
그래서 당 대표직은 사활(死活)을 걸고 지킬 수밖에 없다. 측은한 생각까지 든다. 회동 자체가 무의미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연말까지 이 대표가 당 쇄신안을 내놓지 않으면 새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국회 입성을 노리는 의원 배지를 전리품 취급하는 자들을 가려내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주의 적(敵)’인 불순 세력들을 분별, 심판하는 것, 이는 오롯이 우리 유권자들의 권리이자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