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교도소에서 사상전향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숨진 비전향 장기수 3명의 행동을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인정한 것을 두고 2일 보수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의문사위는 지난 1일 손윤구·박융서·최석기씨 등 비전향 장기수 3명의 의문사에 대해 “인간으로서 기본 권리를 침해당했고 그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서 등 악법이 철폐된 것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며 의문사로 인정했다.

손씨는 빨치산 출신이며 박씨와 최씨는 남파간첩 출신으로서 1970년대 중반 교도서에서 사상전향 공작을 받는 과정에서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사망하거나 자살했다.

앞서 1기 의문사위는 “이들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고 인정했으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사회주의자로서 민주화운동과 연관성이 없다”며 기각한 바 있다.

재향군인회는 성명을 통해 “국가기관이 남파간첩 등을 ‘민주화 인사’로 인정한다는 것은 체제와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향군은 또 “사상전향을 거부하다 죽은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미화·인정하는 것은 반국가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 사무처장도 “체제를 부정한 인사들을 어떻게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인정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화운동이 무엇인지 혼란을 느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의문사위는 공식 논평을 내고 “개인의 전력 때문에 그가 주장하거나 행한 행위가 모두 인권과 민주주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좌익활동 경력만을 이유로 모든 행위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의문사위는 또한 “의문사로 인정받더라도 보상과 명예회복은 별도 기관인 민주화운동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심의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이들에 대한 결정을 2기 의문사위 마지막날 발표,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임을 감추려 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당초 지난 6월23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김선일씨 피살사건 때문에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2004-07-03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