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백선엽이 민족반역자면 박정희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새누리당 차원에서 까발리고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장단 맞추는 ‘김광진 막말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새누리당 의원 22명은 김 의원이 "백 장군과 한국전쟁 참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트위터 상의 막말 표현과 함께 징계사유로 삼아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의 김광진 의원 징계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이 올해 초 자신이 "새해 소원은 명박급사" 등을 리트윗하고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는 등의 글을 트위터에 남긴 것이 알려지며 이른바 막말 리트윗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6일 스스로 공개 사과하며 문재인 후보 선대위 보직에서 사퇴한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 의원의 문 후보 선대위 보직사퇴에도 불구하고 막말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10 ~2011년 트위터에 '수갑', '채찍', '노예'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변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글을 다수 올린 것이 29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 당시 김 의원은 해당 트위터 글에서 "다음에 술 먹을 때 채찍과 수갑 꼭 챙겨오길. 간호사복하고 교복도", "일단 채찍 수갑 개목걸이 양초 준비해주시고 비디오카메라도 있어야할 듯", "난 몸 좋은 사람 좋아하니까"등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10월에도 "남들이 보면 내가 밥 잘못하면 채찍으로 때리고 그런 줄 알겠다. ㅋㅋ 무서워하기는 ㅋㅋ"라는 글도 남겼다고 한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전광삼 수석부대변인은 "변태성욕자 동호회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글들 같다. 민주당은 제 식구 감싸기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변태 의원'을 과감히 쳐내는 결단성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 의원은 "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성희롱이라고 느꼈나"라고 반문하며 "(이같은 논란이) 백선엽 건을 물타기하려는 것으로 본다. (나를 비판하는 쪽에) 백선엽이 왜 친일파가 아닌지를 먼저 얘기하라고 하라"고 반박했다. 트위터 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제 표현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분들에게는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고 전에 말씀 드렸다"고 답했다.

문 후보 측은 애초 "김 의원이 사과하고 선대위 보직에서 물러난 만큼 이번 사건은 일단락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김의원의 보직 사퇴는 사퇴 즉시 법률적 효력이 발생했다. 김 의원의 트위터와 관련된 것은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설명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당혹해하는 표정이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보수 진영의 의도된 신상털기라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악재가 아닐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했으며, 캠프 일각에서는 "어찌됐든 몸을 낮춰야 하는데,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며 김 의원의 대응 태도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새누리당의 태도라 하겠다. 김 의원을 징계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백선엽과 한국전 참전자들의 명예훼손 사실인지, 트위터 상의 막말표현인지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척살대상으로까지 밉보인 것은 국방위 국감에서 백선엽 장군을 '민족의 반역자'라고 지칭했다는 이유일 것이다. 김 의원이 백선엽을 민족반역자라고 한 것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의 백선엽이 조선 독립군 토벌을 한 것에 대한 김 의원의 역사관인 셈이다. 백선엽이 친일파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며, 친일파를 한걸음 더 나아가 ‘민족 반역자’라고 참칭한 것이 그렇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왜 새누리당은 ‘백선엽 민족 반역자 주장’에 백 장군말고 한국전쟁 참전자들까지 추가시키며 명예훼손 운운했을까? 왜 친일논쟁에 한국전쟁을 들먹인 것이며, 백 장군과 한국전쟁 참전자들을 도매금으로 몰아갔을까?

그 속내를 뜯어보면 백선엽과 똑같은 일제 강점기의 이력을 가진, 그래서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5.16이니 유신이니 정수장학회니 해서 이미 역사논쟁으로 벌집이 돼버린 ‘박정희 딸’ 박근혜 후보를 비호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몸부림이 느껴진다.

새누리당의 그러한 고뇌에 찬(?) 행보에 연대하는 단체가 있다. ‘국민행동본부’라는 극우꼴통 단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주요일간지에 “김정일-김대중 -노무현의 逆賊(역적)모의를 분쇄하여 나라를 지킵시다!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모는 逆謀(역모)의 殘黨(잔당)을 소탕합시다!”라는 광고를 내걸고 함께 모이자는 외마디 소리가 과연 선거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굳이 하지 말라는 삐라풍선을 북으로 날리며 북풍을 기다리는 탈북단체와 일부 극우단체들의 마음이 그 마음은 아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좌우를 떠나 여야를 떠나 하나 묻고자 한다. 분명 ‘명박급사’는 그게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진 자의 입에 나온 말이든 패륜적 막말이다. ‘가카빅엿’도 마찬가지고 ‘라이스 강간해 죽이자’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대중이고 노무현이고 국민 다수가 뽑은 전직 대통령인데 김정일과 동급의 역적으로 몰아세우는 패륜적 잣대로 그것을 단죄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제 아무리 6.25때건 산업화시대건 국가와 민족을 백척간두에서 구해냈다손치더라도 친일파더러 민족반역자라고 한 것을 문제삼기 위해서 패륜적 담론을 끌어냈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다.

그런 새누리당과 수꼴단체들의 고뇌에 찬 행보를 묵묵히 관조하면서 자신들의 황색저널리즘적 이기주의를 담아 실어내고 있는 언론들 역시 고뇌에 찬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공과를 나눠서 말하면 될 텐데 얼마나 잘못한 게 많은지 저렇게 자숙하려는가 그것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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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solbeey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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