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지난 4.11 총선에 이어 또 다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전날 광주역 광장에서 트럭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연설한 것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문 후보 캠프 대변인은 이날 영등포 당사 브리핑에서 "선거법 제254조는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제91조는 확성장치와 차량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는 차량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때는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진 대변인은 "4·11 총선 때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함께 차량에 올라 선거운동을 했던 박 후보가 다시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는 엄정 조사해서 의법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과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결코 사문화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의 행동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통해 힘을 실어준 사실이 이번에는 선거법 위반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어 박 후보나 선관위나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문제가 된 박 후보의 행위는 지난 12일 광주역 광장에서 트럭에 올라 한 연설로, 지난 4·11 총선 당시 박 위원장이 달리는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가 선거법 위반이란 논란을 자초했던 것과 유사한 자동차에 얽힌 선거법 위반 논란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지난 3월 당시 박 위원장은 부산 사상에 출마한 손수조 후보와 같이 승용차 지붕 밖으로 몸을 내밀고 약 100m 거리를 달리며 손을 흔들어 시민들에게 인사한 것과 관련, 민주당은 박 위원장과 손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선관위에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3월 보도 자료를 통해 "부산을 방문한 여당 대표자(박근혜)와 지역구 후보자(손수조)가 선루푸가 장착된 차량에 동승하여 함께 손을 흔들면서 100여m 정도 카퍼레이드를 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면서도 "의례적 행위에 해당해 선거운동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58조 제1항 제4호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은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당 대표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군중을 대상으로 그 답례로서 손을 흔들며 인사한 행위는 정당의 대표자의 지위에서 행하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에 해당하거나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로서 행하는 예의"라고 해석한 것이다.

당시 통합진보당도 "박 위원장과 손 후보가 차량 행진과 유세를 벌인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사항"이라며 "선관위가 이들의 행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으나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선거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4·11 총선 때와 지난 12일의 선거법 위반 논란이 된 두 사건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면이 있었다. 첫째 이번 사건은 다른 후보의 선거지원활동이 아닌 박 후보 본인의 선거운동이라는 점이며, 둘째 지난 4.11 총선 때는 박 후보가 달리는 차량에서 몸을 내밀어 손을 흔들었고 연설은 따로 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에는 연단으로 꾸며진 멈춘 트럭 위에 올랐고 연설을 했다는 점이 전혀 다르다.

현행 선거법 60조 3항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은 명함 배포나 어깨띠 착용, 현수막 게시, 인쇄물 배포, 전화통화 등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차량에 올라타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을 경우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4.11 총선 당시 중앙선관위는 박 위원장의 달리는 차에서 손을 흔든 행위가 "군집한 인파를 대상으로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이 없었고, 카퍼레이드에 이용된 차량에 특정인을 홍보하는 선전물이 설치되거나 인쇄물이 첩부된 사례도 없었다"는 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해 차량의 안이나 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거나, 시장을 순회하면서 상인들과 악수를 하면서 민심을 수렴하는 활동을 해온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선거풍토에서 일반적인 관행으로 정착됐다"는 점을 들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선거법 조항의 자구해석을 거부하기 위해 관행이라는 것을 들이댄 것이 이채롭다. 하지만 이런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르자면 군집한 인파를 대상으로 본인의 지지를 호소한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 사례라는 점에서 민주당이나 또 다른 누군가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다면 선관위는 반드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다.

특히 예비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선거사무장·사무원 외에는 예비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없는 만큼, 이날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한광옥 수석부위원장과 김경재 특보단장이 함께 트럭 위에 오른 점은 또 다른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그런데 이번에도 선관위는 박 후보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구실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헌법상 정당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어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일반적인 정당의 의사표현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차량 이용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로 지지를 호소하는 의사표현이 있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량을 이용했는지 여부보다 이날 박 후보의 연설내용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입장이다.

선관위의 과거 유권해석, 그것도 후보 자신과 직접 관련있는 사건에 대한 유권해석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고 있음에도 선관위가 또 다른 구실을 찾기 시작하면서 박 후보의 선거법 위반 논란은 이제 실정법 위반에 대한 편파적 조사 논란, 나아가 관제선거 논란으로 번지면서 남은 대선정국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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